누릉지

만신창이

박 넝쿨 2021. 3. 16. 22:50

 

내가
하늘의 별수를 헤일수 있다면
님은
나를 천재라고 하겠죠
그런 내가
하늘의 별수만큼 상처를 지녔다면...

님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던군요
독백하죠..
만신창이

만신창이 입니다

만신창이는 고통을 참을수없어
폭염에 달쿠어진 포도에
문질느며 부댓깁니다
시원함을 맛 보려구요

가물거리는 엇그제께
넓은손수건을 지녔다는 여인들에게
거적을 들추고 보여주었지요
많은이 들이 흉하다고
냄새가 역하다고
날듯이 떠나 떠나 갔지요

그 어느날
한여인이 찻아와
땀이 피도록 열심이 꿔매고
붕대를 둘러 쌓메여 주었어요
기나긴 시간 보내고 붕대풀다가
그이도
미간 찌프리며 거즈을덥고는
조용이 가버렸어요
흉터가 너무도 흉하고 험 해서
차마 볼수가없다고

그로 인하여 지금까지
뜨거운 여름이 올때마다 한꺼풀 한꺼풀
겹겹이 둘러 묷였지요

이젠
삶속에 돈의 무게보다도
찟겨진 고무신 보다도
거적대기의 무게로 헐떡이고 있어요

언젠가에 폭우내리는 날이 오면
높은 산 찻아가서

서 있으려구요
덕지덕지
온 몸과 거적대기의
온갖 설음 오물을 흘려버리고
몰골의 눈물자국 지워 보려구요
혹시 알아요
번개님을 만나련지..

목말태운 딸
양 어께에 매달리는 아들
허리춤 부여잡고 질질 끌리는 아내
이게 행복이라고
곱씹었지만
너무 쓰디 씁니다

 

그 언젠가 호랑이 장가가는날이 오면
못난

나도

훨훨 날아
함박 웃음 자랑하겠죠

 

그때까지
기다리렴니다

nooro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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