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으개 야기

퍼포먼스'

박 넝쿨 2008. 6. 21. 20:59
퍼포먼스'

 

 

혹시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참 별난 사람입니다. 그리고 유명한 예술가입니다.

 

아마 이 사람처럼 여자들의 옷을 많이 벗긴 사람은

이 지구 상에 없을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사람이 여자들의 옷을 벗긴게 아니고

이 사람 앞에서 세계 각국의 여자들이

스스로 옷을 벗은 것입니다.

씨름 선수처럼 생겼지만 정말 재주가 좋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Spencer Tunick'이고, 1967년생입니다.

미국인이고 에머슨 대학을 졸업했으며

아주 독특한 사진 작가입니다. 

 

1992년부터 '집단 누드사진'을 찍어온 그는

세계의 이름난 공공장소를 찾아 다니며

그런 사진을 대규모로 찍어온 특이한 작가입니다.

 

 

 

 

 

 

2003년 6월, 스페인 바로셀로나,

2003년 10월, 미국 뉴욕의 명물 그랜드 센트럴역,

 

2005년 5월에는 벨기에 브리헤의 쇼타츠쇼부르크 극장,

2005년 7월, 잉글랜드 뉴캐슬,

2005년 9월에는 프랑스 리용 에두아르 부둣가,

 

2006년 3월에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2006년 4월에는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 해변,

 

2007년 5월엔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바로 며칠전인 6월 3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텔담 등,

 

지구촌의 각지를 누비며 스펜서 튜닉은

이런 독특한 사진 촬영을 계속해왔습니다.

 

Spencer Tunick: D__seldorf 1 (Museum Kunst Palast) 2006

 

그가 촬영한 사진 작품들은 각종 아트 페스티벌과

전시회에 출품되어 촬영 퍼포먼스 만큼이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화제가 되어 왔었습니다.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2만여명의 사람들이

옷을 벗고 참여하는 광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사다리차가 동원되는 것은 물론이고 

 

튜닉은 사다리차에 올라가 확성기를 통해

나체 모델들에게 포즈를 주문하면서 마치 웅장한 대하 드라마를

찍는 것 처럼 집단 누드 사진을 찍었습니다.

 

Spencer Tunick: Venezuela 2 (Caracas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06

 

그의 작품에 참여하는 누드 모델들은

100%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합니다.

 

모델료는 물론 무료입니다.

다만 이 들을 찍은 사진 한장을 기념 선물로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마치 축제에 참여하는 것 처럼

박수치고 환성을 올리며 즐겁게 참여한답니다.

 

Spencer Tunick: France 1 (Biennale de Lyon) 2005

 

 

연인, 친구, 부부, 모녀, 부녀, 시아버지와 며느리,

이웃집 아줌마와 아저씨 등이 즐겁게

이 집단 누드 퍼포먼스에 함께 참가한다고 합니다. 

 

스펜서 튜닉은 촬영지를 선정하면

그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서 촬영계획을 알린다고 합니다.  

 

그것을 본 국적도 나이도 피부색도 다양한 이들은

'스펜서 튜닉'의 인터넷 홈페이지(www.spencertunick.com)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스펜서 튜닉은 인터넷으로 참가 신청자들에게 

촬영 안내 메일을 보내주고, 

참가자들은 그 안내 메일에 제시된 요령에 의거해서

누드로 촬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랍니다.

 

Spencer Tunick: NewcastleGateshead 4 (BALTIC Centre of Contemporary Art) 2005

 

세계 곳곳에서 촬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참가자는

주로 촬영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지만,

근처를 여행하던 여행객이나 외국인들도

메일을 보고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돈 한푼 받지 않고 기꺼이 걸친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튜닉이 주문하는대로

갖가지 포즈를 공공의 공간에서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도대체 이들을 이렇게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인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미묘하며

엉뚱한 면을 지닌 모순 덩어리 동물입니다.    

 

 

튜닉은 경찰들 사이에서는 '골칫거리'로 통한다고 합니다.

 

지난 1994년에는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 설치된

2.4m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서

여성 모델을 누드로 촬영하다가 체포됐다고 합니다.

 

 

 

 

 

또 뉴욕의 공공장소에서 누드 촬영을 시도하다

여러번 체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1999년 6월, 뉴욕시는 대법원에 공공장소의 누드사진 촬영을

단속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기각됐다고 합니다.

 

 

 

 

아래에 '스펜서 튜닉'이 찍은 더 많은 사진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집단 누드 퍼포먼스에 무료 모델이

되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대개 어떤 생각으로 그곳에 가며

찰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지가 궁금한 독자님을 위해서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촬영 현장에 참가했던 사람의

경험담도 올려 놓았습니다.

 

만일 우리나라에 스펜서 튜닉이 와서 이런 사진 작업을 하게 된다면

모델이 되겠다고 나설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지

또 그런 작업이 허용될 것인지, 아니면 스펜서 튜닉이

체포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참 걱정도 팔자입니다.

 

Spencer Tunick: Brugge 4, 2005

 

문화는 삶이고 삶은 문화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의 삶은 다양한 것입니다.

 

이런 걸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더

너그럽고 유연해 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불가능하겠지만 

'한밤의 사진편지 독자 함께 걷기'를 다 벗고 해보면

어떨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상상해보는 것마으로도 저는 즐겁습니다.

 

혹시 이 기록이 남는다면

먼 훗날, 옛날에도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글 : 함 수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