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대합실은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찼더군요.
가을에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매 한가지인듯 싶습니다.
긴 줄의 꽁무니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차표 한장을 끈어야 하는거에 대하여 잠간 생각도 해 봅니다.그리고
더 자유로운 것이란 결론을 빨리 내립니다.
올리뷰에 당첨되어 읽었던 '수도권 여행지 베스트 85'중에서
제일 먼저 구둔역을 찾아 가는 길입니다.
기차는 오른쪽으로 한강을 끼고 가던데 강은 물안개에 싸여 몽환에 빠져있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덩달아...ㅎ
그렇게 닿은 곳. 구둔 잘 외워지지 않는 정말 생소한 이름입니다.
지붕이 있어야 프랫홈이 아닌가요?
자갈위에 그냥 내려야 되더군요.
나 까지 5명.
기차 떠나고 난뒤 너무 조용합니다.
어느샌가 모두 가 버리고 나만 혼자 동그마니 남겨졌습니다.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산위로 해가 막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길섶 수풀은 이슬에 홈뻑 젖어 있습니다.
들꽃들도...
1940년에 역사가 생겼다는것을 이 느티나무가 증명해 주더군요.
건물은 약간의 보수를 한것 외엔 처음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2012년 중앙선이 복선되면 없어질 역이라고 합니다.
2006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던데 그 이유로 이 건물이
살아 남을지 의문이 가는구요.
가차표를 팔거나 기차표를 점검하지도 않습니다.
직원이 있긴 있던데 말입니다.
마을 한 바퀴 돌아야지요.
사람이 안 보이네요.
가을겆이 하러 논이나 밭으로 나가셨는지...
대문들은 다 열려있고...
고향집 마당끝에는 언제나 댑싸리 몇그루씩 심었었지요.
어느집 마당 끝에도 다알리아와 댑싸리가 정겹더군요.
열려진 뜰안, 길가에 피어있던 꽃들입니다.
어렸을때 보았던 정겨운 가을꽃들입니다.
논두렁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 말이
벼를 베어야 하는데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벌판은 조금씩 비어 가더라구요.
아마 쓸쓸하고 황량한 모습이 되겠지요.